옛날 옛적에 말이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지아주 북부의 어느 깊은 산속에 독일 마을이 하나 숨어 있다지. 이곳에 다다르는 순간 여기가 미국인지 독일의 어느 산속 도시인지 모든 것이 가물해지면서 사람의 머릿속을 허옇게 만든다는 전설 속의 도시라지. 게다가… 이곳에는 좀 더 큰 비밀이 숨어 있다는데…. 차차 알아보기로 하자.
저희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친구도 볼 겸 해서 여행 계획을 세웠어요. 애틀랜타 가는 김에 겸사겸사 둘러볼 곳이 없을까… 하는 짝꿍의 지나가는 말, 찾아보라는 암묵적 지시에 따라 저는 또 묵묵히 그 일을 해내고 맙니다.
조지아주 헬렌, 하루 숙박을 할까 말까 살짝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짧은 코스를 자랑하는 아름답고 그야말로 소박한 독일풍의 도시이죠.
참고로 헬렌 독일마을(Helen, Georgia)은 건물 전체가 바이에른 알프스 양식으로 통일된 작은 도시로, 인구는 500명 남짓인데 조지아에서 손꼽히게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며, 목조 발코니와 벽화, 뾰족한 지붕이 이어지는 거리를 걷다 보면 이곳이 독일인가 미국인가 사람을 홀린다죠.
원래 독일 마을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홀릴 정도는 아니지만… 이것은 나의 생각.
아무튼 이곳은 20세기 초 목재 산업으로 번성했다가 벌목이 끝나면서 쇠락한 마을이었는데, 1969년 지역 상인들이 침체를 벗어날 방법을 찾다가 알프스 마을처럼 건물 외관을 통째로 바꾸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하네요. 실제로 독일계 이민자들이 세운 마을은 물론 아닙니다만, 마을 전체가 한 가지 컨셉을 5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죠? 그렇다 보니 이 컨셉을 지키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들을 한다고 하네요.
간판과 건물 외관에 대한 규정도 엄격해서 유명한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같은 양식을 따라야만 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맥도날드의 건물조차도 산장처럼 생겼어요.

마을 탐방은 아주 천천히 구석구석을 이 잡듯이 해도 두세 시간이면 끝에서 끝까지 갑니다. 분위기를 즐기세요. 나는 독일에 와 있다… 나는 독일에 있다…
헬렌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헬렌에도 꽤 아기자기하고 예쁜 기프트 샵들이 많지만 사실 어디나 비슷비슷한 느낌이라 저는 특별히 기프트 샵에 꽂히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대충대충 몇 군데 스치듯이 둘러봤는데, 그중 몇 군데 추천하자면 ‘Alpine Village Shoppes’, ‘Christmas and More’, ‘Hansel and Gretel Candy Kitchen’, ‘Hansel and Gretel Factory’ 정도예요. 헬렌 아트 센터는 외관도 꽤 공들인 느낌이었고, 재미있게 둘러봤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고는 튜빙입니다. 근데 이 강 이름이 좀 특이하더라구요. 차타후치강??
사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에서 즐기는 이 튜빙이 헬렌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지 않나 싶어요. 단순히 경치 예쁜 이국적 마을을 둘러보는 관광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액티비티까지 챙겨 가는 여행이 되니까요.

티켓을 끊는 곳에서 pushing stick을 팔아요. 가격이 비싸지는 않았는데 일회성이라 아까워서 안 샀더니, 강이 얕은 곳이 많고 돌이 많다 보니 막대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꽤 있었어요. 뭐, 몸 건강하니 돌에 걸렸다 싶으면 내려서 밀다가, 좀 깊어졌다 싶으면 냉큼 다시 타고 그렇게 탔어요. 그래서 두 번째 탈 때는 주변에서 나무 작대기 하나씩 주워서 탔어요. 두 번째 탈 때 사려고 들면 더 아까우니까, 그냥 처음부터 하나씩 사서 즐기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가족이 각자 튜브를 하나씩 잡고 탔는데 물에 떠 있던 시간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쯤 됐던 것 같아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강 위에도 정체가 생기더라고요. 앞이 막혀 한참 멈춰 있다가 다시 떠내려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튜빙은 원하는 만큼 계속 즐길 수 있어서 가격 대비 만족도 짱입니다.

안나 루비 폭포도 근처에 있어서 가볍게 산책하듯이 즐길 수 있어요. 우와~ 소리 나는 멋지고 웅장한 폭포는 아니지만, 산속에 드러난 암벽을 타고 두 줄기 물길이 하나로 합쳐지는 광경이 꽤 멋지고, 암벽을 따라 흐르다 보니 물소리가 청량하더라고요. 주차장에서 폭포까지 걷는 길이 가파르지 않아서 힘들이지 않고 다녀올 수 있었어요. 참고로 입장료는 6달러입니다.
마을 자체가 좀 작다 보니까 튜빙이나 폭포, 혹은 하이킹 같은 활동을 하나 끼워 넣어야 만족스럽구나, 하실 거예요.
언제 가면 좋을까
헬렌은 산을 끼고 있으니까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에 방문하시면 북조지아 산자락의 단풍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9월, 10월에는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있는 시기입니다. 소문에 의하면 이 시기 주말에는 마을 진입 도로가 몇 킬로미터씩 정체가 되기도 하고 주차장도 일찍 만차된다고 하니까 참고하세요.

봄에는 꽃과 이제 막 깨어나는 나무들이 피워내는 신선함을 느끼고, 여름에는 가족과 함께 튜빙을 즐기고, 가을에는 단풍과 축제를 즐기며,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조명 속에서 조용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끽하실 수 있는 헬렌.
야~~ 이쯤이면 헬렌에서 상 줘야 되는 거 아닌가… 흠흠.
헬렌에서 무엇을 먹을까
저희는 야외 가든이 있는 식당에서 독일식 소시지와 맥주를 먹었거든요. 직원들이 독일 전통 의상을 입고 서빙도 하고 라이브 연주까지 있어서, 음식 맛보다는 분위기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날씨가 좋은 어느 날이라면 야외에서 맥주와 함께 라이브를 즐기시길.
레스토랑 목록은 헬렌 공식 관광 안내에서 확인하세요.
근처에 함께 볼 만한 곳
- 유니코이 주립공원 — 헬렌 바로 옆입니다. 호수와 트레일, 숙박 시설이 있어요.
- 나쿠치 빌리지 — 차로 10분. 오래된 인디언 마운드와 와이너리, 카페가 모여 있습니다.
- 북조지아 와이너리 — 야나 마운틴 등 와이너리가 30분 거리에 흩어져 있습니다.
- 베이비랜드 제너럴 하스피털 — 차로 20분 거리 클리블랜드에 있는 양배추 인형 테마 시설로, 아이와 함께라면 색다른 코스입니다.
가기 전 체크 사항
- 애틀랜타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습니다. 다만 헬렌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사실상 없어 렌터카가 필요해요.
- 주차는 대부분 유료이고 현금만 받는 사설 주차장이 많습니다. 잔돈을 준비해 가세요.
- 가을 주말에는 오전 10시면 중심가 주차장이 찹니다. 이른 아침에 도착하거나 외곽에 주차하고 걸어 들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 튜빙은 강 수위에 따라 운영이 중단됩니다. 비가 온 다음 날은 미리 전화로 확인하세요.
- 중심가 식당은 성수기 저녁에 한 시간 이상 대기가 생깁니다. 이른 저녁에 먹는 편이 편해요.
- 마을 자체는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하루를 채우려면 폭포나 다른 액티비티를 함께 계획에 넣으세요.
마무리
튜빙을 할 때 ‘차타후치’라는 강 이름이 뭔가 좀 인디언 필, 느낌이 좀 나잖아요. 그래서 검색해 봤더니 이 이름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림이 그려진 바위’라는 뜻이래요. 그럼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어떻게 됐을까도 궁금하더라구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 역시 금광이 개발되면서 살던 땅에서 강제로 쫓겨나 오클라호마로 이주를 당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수의 원주민들이 굶주림과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하더라구요.
이 아름다운 곳에, 이렇게 아픈 역사가 있었네요.
좀 슬프긴 하지만, 금광이 쇠퇴한 이후 부단한 노력으로 이 정도 유명 관광지를 만든 것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꼭 가족과 함께 가 보시길 추천드려요. 이왕이면 단풍이 절정인 순간에 헬렌에 머무는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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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정보
헬렌 — 조지아주 화이트 카운티, 애틀랜타에서 북동쪽으로 약 140km · 구글 지도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