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슈 마운틴 — 산 위에 마을이 있는 미국 동부 최대 스키장

슈~슈~슈~

흩날리는 눈 위에서 바람을 가르며 스노보드와 혼연일체가 되어 미끄러지는 거지… 몸은 45도 정도로 비틀어 앞뒤로 스윙스윙, 무릎은 살짝 구부린 채로 팔은 살짝 벌려서 균형을 잡아주고, 또 미끄러지는 거지…

캄캄한 새벽부터 하얀 입김을 날리며 스노보드를 들고 여기저기 스키장에서 나의 멋진 스킬을 뽐내며 ‘내가 제일 멋져!’ 흐뭇해하던, 한국의 아름다웠던 겨울이여…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러다 보니 따뜻한 미국 동남부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찬 바람 부는 계절이 돌아오면 한국의 칼바람 부는 겨울이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웠는지 몰라요. 아내 눈치를 보며 꾸역꾸역 미국까지 싸 짊어지고 온 스노보드를 타겠다고 여섯 시간 넘게 운전해서 간 곳이 바로 웨스트버지니아에 있는 스노우슈 마운틴이었습니다.

스노우슈 마운틴(Snowshoe Mountain)은 웨스트버지니아 포카혼타스 카운티, 해발 1,478m 고원에 자리한 스키 리조트예요. 미국에는 콜로라도나 유타처럼 훨씬 큰 스키장이 많지만, 겨울에도 온화한 중부대서양과 남부 지역에서는 이곳이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도 많습니다. 동부에 사는 한인들이 "제대로 눈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으면 대개 답이 여기예요.

저희는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마침 날씨가 너무 좋아 환호를 지르며 기분 좋게 리조트로 향했어요.

산 아래가 아니라 산 위에 마을이 있어요

그리고 순간 감탄했습니다!

한국의 보통 스키장은 베이스 타운이 산 아래에 있어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내려오기 바쁘잖아요. 그런데 스노우슈의 베이스 타운은 다르더라고요. 미국에서도 흔치 않은 방식이라 현지에서는 ‘거꾸로 뒤집힌 리조트(upside-down resort)’라고 부른다네요.

저희는 “역시 오길 잘했어”를 연발해 대면서, 잘 관리된 베이스 타운과 아래로 드넓게 뻗어 있는 아름다운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봤습니다.

스노우슈 마운틴이 인상적인 건 구조입니다. 보통 스키장은 산 아래에 베이스 타운이 있고, 리프트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간 다음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죠. 그런데 이곳은 반대예요.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면, 도착한 곳이 이미 산 정상입니다. 숙소와 식당, 상점이 전부 그 꼭대기에 모여 있어요.

그래서 아침에 숙소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슬로프 꼭대기입니다. 리프트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게 아니라, 먼저 내려갔다가 리프트를 타고 마을로 되돌아오는 순서가 돼요. 베이스 타운 자체도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눈 내리는 저녁에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에요.

호수를 보면서 스노보드를 타는 곳

이곳에서 제일 좋아하는 풍경은 두말하면 뭐하겠어요. 당연히 슬로프에 서면 발아래로 보이는 셰이버스 호수(Shavers Lake)죠. 사방이 겨울 숲인데 그 한가운데 호수가 있어서, 몸이 떨릴 때까지 보고 있어도 좋더라고요.

사실 이 호수는 경치만 담당하는 게 아니라 제설용 물을 끌어오는 수원이기도 하다네요. 동부는 자연 적설만으로 시즌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스노우슈 마운틴은 전 코스에 제설 설비를 갖추고 있어요. 슬로프 옆에서 제설기가 굉음을 내며 눈을 뿌리는 모습은 이곳에서는 아주 익숙한 풍경이겠죠.

저는 베이스 타운이 예쁘게 꾸며져 있는 것도 좋지만, 호수를 내려다보면서 하강하는 그, 그 맛이 좋았습니다.

슬로프는 세 구역으로 나뉩니다

  • 스노우슈 베이슨 — 마을을 둘러싼 중심 구역입니다. 초·중급 코스가 많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서 보내게 돼요.
  • 웨스턴 테리토리 — 상급자 구역입니다. 대표 코스인 컵 런(Cupp Run)은 올림픽 3관왕 장클로드 킬리가 설계에 참여했고, 길이 약 2.4km에 표고차 457m로 중부대서양에서 가장 긴 활강을 즐길 수 있어요.
  • 실버크릭 — 조금 떨어진 별도의 사면입니다. 야간 스키와 스노우튜빙이 이쪽에 있어요.

전체 규모는 코스 60여 개, 스키 가능 면적 약 244에이커, 리프트 14기 정도입니다. 서부의 대형 리조트와 비교하면 아담하지만, 하루 이틀 일정으로 다 돌기에는 충분히 넓어요.

저는 사실 웨스턴 테리토리가 취향 저격인데, 조금만 험해도 사색이 되는 나의 겁쟁이 짝꿍 때문에 아쉽게도 스노우슈 베이슨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안전망이 없어서 저도 아찔한 순간이 몇 번 있긴 했습니다. 슬로프를 고르실 때는 무리하지 마시고 안전하게 갑시다.

스노우슈 마운틴 가는 방법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위치라 렌터카가 사실상 필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여섯 시간이 좀 넘게 걸렸거든요. 중형 세단을 타고 갔는데 도착해서 다음 날까지는 날이 화창해서 괜찮았어요. 근데 마지막 날에 눈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놀다가 떠나려는데 좀 많이 무서웠어요. 길도 산길이니까 당연히 꼬불꼬불하고 미끄러질까 봐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있어요. 겨울에는 사륜구동 차량을 몰고 가는 편이 안전할 것 같아요. 마을에 도착한 뒤에는 차를 주차하시고 셔틀 차량을 이용하시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짐이 많다면…

아무튼 주요 도시에서 스노우슈까지의 운전 시간은 대략 아래 적힌 것과 같으니 참고하세요.

  • 워싱턴 D.C. — 약 355km, 4시간 15분
  • 피츠버그 — 약 4시간 30분
  • 샬럿(노스캐롤라이나) — 약 480km, 6시간
  • 가장 가까운 공항은 루이스버그(LWB)로 차로 1시간 20분 거리예요. 노선이 적으니 워싱턴 덜레스나 로어노크로 들어와 차를 빌리는 편이 현실적!

렌터카 예약과 보험은 미국 렌터카 이용 가이드에 정리해 두었으니 참고하세요.

언제 가면 좋을까

겨울 시즌은 보통 12월 초부터 3월 말까지니까 대략 130일 안팎이에요. 연평균 적설량은 180인치(약 4.5m)로 동부치고는 많은 편이지만, 날씨 변동이 커서 12월 초와 3월 말은 설질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스키나 스노보드를 위한 최적기는 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예요. 다만 동부 산간이라 한겨울에도 비가 오는 날이 있습니다. 출발 전 리조트 설질 리포트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어요. 지역별 계절 감각은 미국 여행 시즌별 최적기 글도 참고해 보세요.

단, 스노우슈에서는 여름에도 산악자전거, 하이킹, 수상 레저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다고 하니까 참고하시고요.

내 짝꿍은 물도 무서워하고, 자전거도 못 타니… 여름에 가면 뭘 할 수 있으려나 생각을 좀 해봐야겠네.

비용과 예약, 이것만 알아두세요

  • 리프트권은 온라인 사전 구매가 원칙. 현장 구매가 가장 비쌉니다. 며칠 전에만 사도 차이가 꽤 나요.
  • 아이콘 패스(Ikon Pass) 사용 가능. 스노우슈 마운틴은 알테라 마운틴 컴퍼니 소유라 아이콘 패스 제휴 리조트입니다. 미국에서 여러 스키장을 다닐 계획이면 계산해 볼 만해요.
  • 숙소는 마을 안 콘도가 편합니다. 리조트 안에 1,400실 정도가 있어서 슬로프까지 걸어갈 수 있어요. 산 아래 마을에 묵으면 매일 산길을 오르내려야 합니다.
  • 주말과 연휴는 몇 주 전에 예약. 동부에서 갈 만한 스키장이 많지 않다 보니 성수기 주말에는 숙소와 렌탈이 빨리 찹니다. 숙소 고르는 법도 함께 보면 도움이 돼요.

한국 스키장과 다른 점

우선 음식이 다르죠…

어묵탕도 없고, 떡볶이도 없고, 따뜻한 정종… 도 없고(음주 스키, 스노보드는 위험합니다만!), 뭐 그렇다고요.

제가 사는 곳도 없긴 마찬가지지만, 그 추운 스키장에서 칼바람 맞고 나서 먹는 그 따수운 오뎅탕과 정종의 맛이란… 갑자기 그립네.

아까도 언급했지만 슬로프가 숲을 깎아 만든 형태라 코스 폭이 좁고 양옆이 바로 나무인 데다가, 안전망이 따로 없어서 코스를 벗어나지 않는 게 중요하겠죠. 내 안전은 소중하니까!

그리고 야간 스키.

한국에서 곤지암 리조트라면 새벽 2시까지도 탈 수 있었겠지만, 이곳 스노우슈는 실버크릭에서 밤 9시까지만 즐길 수 있어요. 조명도 잘 되어 있고, 한가해서 오히려 이때를 즐기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하네요. 일반 주간 리프트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추가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하니까 참고하시고요. 셔틀버스는 메인 빌리지나 베이슨 구역에서 15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도 즐기지 못해서 아쉽습니다만, 실버크릭 뒤편 코카콜라 튜브 파크에서 눈썰매를 즐기실 수 있다네요. 오후 5시가 되면 화려한 네온이 썰매장을 감싼다고 하니, 그리고 또 그렇게 멋지다 하니 체험해 보세요.

아, 그리고 해발 1,478m라 고산병을 걱정할 높이는 아니지만 정상은 바람이 강해서 체감온도가 뚝 떨어져요. 얼굴을 덮는 넥워머와 방풍 장갑은 꼭 챙기세요.

마지막으로 장비 렌탈과 강습은 현장에서 기다리기보다, 당연하겠지만 온라인 사전 예약이 훨씬 빠릅니다.

덧붙이자면, 제가 사는 곳은 겨울에도 따뜻한 편이라 한국에 있을 때처럼 스키장을 자주 가지는 못해요. 그래서 동부 쪽에 스노우슈 마운틴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워요. 반갑기는 한데 그래도 너무 멀어서, 돈이 솔찮게 들어서, 자주 갈 수가 없네.

그래도 야간의 화려한 네온이 감싸는 코카콜라 튜브 파크에 가서 눈썰매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스노우슈 마운틴은 초보자도 갈 만한가요?

네. 전체 코스의 40% 정도가 초급이고, 마을 바로 옆에 완만한 연습 사면이 있어서 처음 타는 사람도 부담이 적습니다. 상급 코스가 모인 웨스턴 테리토리는 구역 자체가 분리돼 있어서 실수로 들어갈 일도 거의 없어요.

장비를 안 가져가도 되나요?

스키, 스노보드, 부츠, 헬멧 모두 현장에서 빌릴 수 있습니다. 다만 성수기 주말 아침에는 렌탈숍이 붐비니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해 두는 편이 좋아요. 방수 재킷과 바지, 장갑, 고글은 개인 준비물이니까 잊지 마세요.

겨울이 아니어도 갈 수 있나요?

여름에도 문을 엽니다. 다운힐 산악자전거 코스로 유명해서 UCI 월드컵이 열리기도 했고, 골프장과 호수 액티비티도 운영해요. 여름의 스노우슈 마운틴은 겨울과 완전히 다른 곳처럼 느껴진다고 하네요.

눈이 안 오면 헛걸음 아닌가요?

전 코스에 제설 설비가 있어서 기온만 낮으면 운영합니다. 문제는 눈이 아니라 비라고 해요. 동부 산간은 한겨울에도 기온이 오르면 비가 내리는 날이 있으니, 출발 하루 전 날씨와 운영 코스 수를 확인하고 떠나는 것을 권합니다.

마무리

서부에 있다는, 보도 못한 거대한 스키장들과 비교하면 스노우슈 마운틴은 아담한 편입니다. 그래도 따뜻한 동부에서 눈을 만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택지이고, 차를 타고 올라가면 이미 산 정상이라는 독특한 구조와 슬로프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는 다른 데서 보기 어려운 풍경이에요. 그러니 동부 쪽에서 겨울마다 스키장 때문에 향수병에 시달리는 분이시라면, 가세요. 뭣이 중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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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정보

스노우슈 마운틴 — 웨스트버지니아주 포카혼타스 카운티, 워싱턴 D.C.에서 서쪽으로 약 355km · 구글 지도에서 보기